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천양희. <오래된 농담>
Seo.J.Hyeok
2017. 5. 30. 03:18
천양희. <오래된 농담>
회화나무 그늘 몇평 받으려고
언덕길 오르다 늙은 아내가
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
합환수 가지 끝을 보다
신혼의 첫밤을 기억해 낸
늙은 남편이 마지못해 업는다
나무그늘보다 몇평이나 더 뚱뚱해져선
나. 생각보다 무겁지? 한다
그럼. 무겁지
머리는 돌이지 얼굴은 철판이지 간은 부었지
그러니 무거울 수밖에
굵은 주름이 나이테보다 더 깊어 보였다
굴참나무 열매 몇되 얻으려고
언덕길 오르다 늙은 남편이
깊은 숨 몰아 쉬며 업어달라 조른다
열매 가득한 나무 끝을 보다
자식농사 풍성하던 그날을 기억해 낸
늙은 아내가 마지못해 업는다
나무열매보다 몇알이나 더 작아져선
나. 생각보다 가볍지? 한다
그럼. 가볍지
머리는 비었지 허파엔 바람 들어갔지 양심은 없지
그러니 가벼울 수밖에
두 눈이 바람 잘 날 없는 가지처럼 더 흔들려 보였다
농담이 나무 그늘보다 더더 깊고 서늘했다
…………………
5월 28일자 김제동의 톡투유 108회에서
정재찬 교수님이 읊어주셨던 시가 나를 웃게했다.
시는 아름답고 좋기만 한 줄 알았는데
천양희 시인님의 「오래된 농담」이라는 시는
정말 재미있었다!