인문학의 향기.../자작시 세상

거미줄

Seo.J.Hyeok 2018. 11. 5. 08:48

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쇠파리

거미줄에 걸렸다.

지 몸을 휘감은 질긴 거미줄에서

벗어나려는 시도조차 없이

쇠파리는 그저 담담히 죽음을 맞이한다.

 

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잠자리

거미줄에 걸렸다.

지 몸을 휘감은 질긴 거미줄에서

벗어나려고

잠자리는 강하게 몸부림친다.

 

잠자리의 간절한 몸부림은

거미가 점점 더 가깝게 다가올수록

거칠어진다.

점점 더 거칠어진다.

 

툭,

투둑,

투두둑,

 

잠자리 몸을 휘감은 거미줄들이

그 거친 몸부림을 이기지 못하고 끊어져서

잠자리는 다시 자유롭게 하늘속으로 날아간다.

다시 찾은 자유를 만끽하며 더 높이 날아간다.

 

거미줄에 걸린 쇠파리

거미줄에 걸린 잠자리

인생도 이와 같겠지?

 

거미줄같은 일상에 묶여서

쇠파리처럼 몸부림치지 않고

그저 담담하게 운명에 순응하면

내게 돌아오는 것은 비참한 최후뿐이다.

 

거미줄에 묶여있던 잠자리처럼

내 삶을 옥죄고 있는 또다른 거미줄들을

끊어내려고 몸부림치지 않으면

내게 돌아오는 것은 비참한 최후뿐이다.

 

거미줄같은 일상에서 벗어나려는

작은 몸부림들이 모여서

나를 더욱 더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고

내 운명을 바꿔 줄 것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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